[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손혜원 의원, ‘고무다라이’가 뭡니까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손혜원 의원, ‘고무다라이’가 뭡니까

나는 골목길을 걸었고

고무다라이;는

그저 벽에 기대어 있었을 뿐인데

마치 내가 고무다라이;를

들고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

"내가 언제 저걸 들고 있었지?" 하며

나도 깜짝 놀라도록 그렇게 보이는 것.

내가 골목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

고무다라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왜곡.

이 글은 손혜원(63)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갈색 고무대야를 배경 삼은’ 사진 한 장에 덧대어 실었던 내용이다. 손 의원이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선 선동렬(55) 야구국가대표 감독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기 위해 이런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짧은 글 안에서 ‘고무다라이’라는 일본어를 자그마치 3번이나 반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글날이 바로 엊그제(9일)였는데,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고무다라이’가 일본어인지도 모르고 무 개념으로 썼다면, 그야말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손 의원의 페이스북은 물론 그 글과 관련된 기사의 댓글에도 비난과 비아냥거리는 글이 넘쳐난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그의 페이스북에는, “다라이 바게쓰 겐따 예전에는 많이 썼지요.”, “다라이레 ㅋㅋㅋㅋㅋㅋ 아나따와 니혼진 데스까?” 등이 눈에 띤다.

기사 댓글은 좀 더 노골적이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이 많다.

“야구팬들은 선 감독의 연봉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포인트는 병역과 관련된 선수 선발이다. 논점도 모르고 무슨 국감을 한다고... 한심하다.”

“고무 다라이. 다라이는 일본말입니다.”

“뭐라는 거야.”

“적어도 선동열은 커리어가 있고 자신이 해온 결과가 있어서 국대 감독이 된 거다. 손혜원은 뭘 얼마나 했기에 국회의원이 된 거냐. 손혜원의 커리어는 뭔가. 국민들에게 어떤 꿈과 희망을 주었나. 남 비난하고 구박하고 면박주면서 인기를 얻으려하는 건가. 국감을 하려면 그 분야에 대해 확실히 공부를 하고 나와야지. 그저 소리만 치고 말 가로채기만하면 승리임??”

“국민 욕받이 오지환에서 손혜원으로 교체...”

“이게 국감할 일이냐? 대중들이 싫어하면 모두 국감에 불러내던지 사법처리를 해야 하냐? 병역혜택은 국회의원들이 법을 개정해서 하면 될 일을 이렇게 한사람에게 모멸을 주고 마녀사냥을 해야 하나? 선동열이 연봉 2억이면 너 같은 여자가 국회의원이랍시고 받는 월급 보좌관 월급 모두 합치면 몇 배나 많다. 선동열이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에서 어떻게 했는지 유튜브에 한번 보거라.”

국회의원이면 할 말, 안 할 말, 못 할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8·15 민족 해방 이후 70년 세월이 지났건만 우리네 일상 속에는 여전히 일본어 찌꺼기가 남아 말글살이를 좀먹고 있다. 흔히 이르기를, 정치는 언어의 마술이라고도 한다. 정제된 언어는 국민들에게 청량감을 안겨주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고 노회찬 의원 같은 이의 정치언어는 그야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언어였다.

두 말할 나위조차 없이, 국회의원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바른 우리말, 글이어야 한다. 무분별한 외국어는 국민의 정서를 어지럽힌다. 더군다나 일본어임에랴. 전파력이 강한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호통 치는 모습은 넌덜머리가 난다. 손혜원 의원은 이번에 선동렬 감독을 증인으로 불러서 특유의 윽박지르기 식 추궁 아닌 추궁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질러 들어가서 제 말만 일방적으로 쏘아대는 의원들의 행태야말로 ‘적폐’다.

손 의원은 선동렬 감독의 연봉을 물어본 뒤, “2억”이라는 대답에 “KBO 관계자에게 판공비를 무제한으로 처리해준다고 들었다”며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압권은 연봉 얘기가 나온 뒤에 감독의 근무시간 추궁에서다. 선 감독의 ‘TV시청 선수 체크’를 묵살한 다음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 감독이 하실 결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사과를 하시던지, 사퇴를 하시던지, 두 길만 남았다. 계속 이렇게 버티고 우기신다면 2020년까지 가기 어려울 것이다.”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은 스포츠 단체의 인사권자가 아니다.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대표 팀 감독을 관두라, 마라할 권리가 없다. 강원랜드 사원채용 인사 청탁 비리에서 보았듯이 비록 연루됐던 일부 국회의원들이 무혐의 처리되기는 했으나, 국회의원들의 인사 갑질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비리 의혹이 있다면, 정당하게 추궁하면 될 노릇이지 마치 죄수 몰아붙이듯 으름장을 놓거나 제 주장만 장황하게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차분하게 ‘팩트’를 따져 공감대를 이끌어내지는 못할망정 막무가내로 윽박지르고 다그치는 식의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갑질 논란이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는데, 국회의원이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발언이야말로 적폐다.

선동렬 감독은 이번 국정감사 증언에 앞서 사석에서 자괴감 어린 어투로 이런 말을 했다.

“운동만 해 온 사람인데, 국정감사 증인 자체가 수모입니다. 왜 정치인이 나서는지…. 제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시대가 많이 바뀌고 (대표선수 선발 과정이) 정서에 벗어난 면은 있겠지만, 제 자신한테 떳떳하고, 청탁 이런 것은 없었는데. 운동 쪽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운동 쪽에서 꾸지람을 받을 수 있지만, 정치인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표 팀 전임감독으로서 (선수)선발을 보다 신중하게 하지 못한 점은 수긍합니다만.”

이런 식의 국정감사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훨씬 낫다. 그 시간이 아깝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2018-10-12 07:08